

살다 보면 도저히 참기 힘든 순간이 있다. 매일같이 물에 젖은 솜 같은 몸을 일으켜 회사나 학교, 집으로 가야 하는 출퇴근•등하굣길 대중교통 안에서 유독 그런 순간이 자주 발생한다. 복잡한 버스와 지하철 속에서 서로가 예절을 지키고 배려하지 않으면 스트레스 지수는 금세 상승하기 마련이다.
다양한 연령과 계층, 직종의 사람들이 만나는 곳인 만큼 서로에 대한 이해와 남을 방해하지 않는 행동을 해야 한다. 그래도, 혹은 그래서, 참을 수 없는 순간들을 소개한다. 단 한 가지라도 해당된다면 오늘부터는 반드시 고치도록 하자.
백팩맨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백팩은 흡사 무기와도 같은 공포의 대상이다. 돌덩이, 아니 바위산 같은 백팩을 멘 사람들은 대부분 건장한 남성들이나 등산객들로, 자신만의 무기를 가지고 사람들을 주위에 얼씬도 못하게 하는 마력을 발휘한다. 자칫 움직이는 백팩에 머리라도 맞았다간 나만 손해이기 때문. 맞은 사람은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별을 보는데, 백팩 주인은 전혀 모르며 즐겁게 이동 중인 경우가 많다. 대중교통이 아니더라도 혼잡한 곳에서는 크로스백이나 백팩을 등에 메지 말고 손에 들도록 하자. 또 앞쪽으로 매거나 바닥에 놓으면 다른 사람의 피해가 있기 전에 주인이 가장 먼저 알 수 있다.
자리에 목매는 철면피족

이용자 수는 많고, 좌석은 한정되어 있는 대중교통. 먼저 앉는 사람이 임자라며 다 내리지도 않았는데 뛰어올라 자리를 맡거나, 자리를 양보할 상황에 대비해 자는 척 연기를 하고, 요금도 내지 않는 아이들에게 줄줄이 좌석을 차지하게 하며, 노약자석은 노인들만 앉는 거라는 편견으로 임산부나 다리가 불편한 사람들에게 자리를 양보 안 하는 사람들이 있다. 자리를 먼저 차지하고, 양보 안 하는 것은 법적으로 처리할 아무 근거가 없다. 하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타고 내리는 대중교통에서 법보다 상위인 사람들의 시선이 당신을 심판할 것이다. 제발, 양보해야 할 상황에서는 양보 좀 하자.
너무 크게 즐기는 뮤직 마니아

대중교통에서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등으로 음악, 동영상을 즐기는 이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대부분은 이어폰이나 헤드폰을 사용하고 있지만, 볼륨이 너무 커 밖으로 다 새어 나오거나 이어폰을 깜빡 한 채로 TV 다시 보기를 즐기는 사람들이 있다. 당신에겐 너무나 감미로운 음악이 다른 사람들에겐 끔찍한 소음이 될 수 있다. 제발 볼륨을 줄이자.
확성기남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대부분의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사용하면서 관련 불편이 가장 많다. 그중에서 대표적인 것은 통화의 문제인데, 수십 차례 안내 방송을 내보내도 전화 수신음을 매너모드로 돌리거나 조용히 입을 막고 전화통화를 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여기저기 ‘까톡까톡’ 소리에, 졸다가 깜짝 놀라게 하는 최고 음량 벨 소리, ‘통화는 내려서’라고 쓰여있는 팻말 옆에서 버젓이 크게 통화하는 아저씨들을 우리는 쉽게 만날 수 있다. 대중교통에도 예절이 있다. 극장에서, 회의실에서 예의를 갖추듯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도 스마트폰 소리부터 진동으로 바꾸고 급한 전화가 아니라면 내려서 하는 예의를 갖추자.
애정행각 커플

미국 농담 중 ‘Get a room!’이란 말은 떨어질 줄 모르고 볼썽 사납게 애정행각을 벌이는 커플에게 차라리 가서 방을 잡으라는 말이다. 대중교통에서도 이 말이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순간이 있다. 특히 어린 커플들의 경우에 장소를 불문하고 뽀뽀와 키스, 은밀한 부위를 더듬는 스킨십을 거리낌 없이 하기 때문이다. 앉아 있어도 서 있어도 주위 사람들이 모두 민망해지는 순간이다. 제발 대중교통에서는 이동만 하고, 스킨십은 방을 잡아서 하라.
셀프 푸시맨

80년대, 만원 버스와 지하철에 좀 더 많은 승객들을 태우기 위해 밀어주는 ‘푸시맨’들이 존재했었다. 그때보다 대중교통 사정이 조금 나아진 지금은 ‘커트맨’들이 등장해 안전을 위해 과도한 밀고 들어가기를 막아준다. 그럼에도 안면 몰수하고 나 하나면 타면 된다는 심정으로 밀어 넣기를 시도하는 셀프 푸시맨들이 있다. 덕분에 내려야 할 사람이 제대로 내리지도 못하고, 서 있던 사람들이 다칠 수도 있어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지게 한다. 안전보다 더 중요한 게 어디 있을까. 다음 차는 곧 온다. 부탁인데, 다른 사람들 피해 안 주도록 다음 차를 타라.
바이크• 등산 부대

춘천을 가는 경춘선이나 북한산과 도봉산을 가는 1•3•4호선 끝자락에는 좌석은 물론, 바닥까지 한 칸을 모두 점령한 단체들이 존재한다. 자전거를 즐기는 바이크 부대와 등산을 즐기는 등산 부대로 자전거에게도 요금을 받아야 되지 않을까 생각될 만큼 자리를 많이 차지하고, 돗자리라도 펴드려야지 싶을 만큼 쭈그리고 앉아 막걸리와 도시락을 돌려먹는다. 결국 일행이 아닌 승객들은 슬슬 눈치를 보다 자리를 옮기고 그들만의 독무대가 시작된다. 대중교통은 시민 누구나 함께 이용하는 수단이다. 자전거와 음식을 위한 수단이 아니다. 부디 즐거운 취미 생활로 다른 사람을 불편하게 하지 말자.
쩍벌남

다리를 쫙 벌리고 신문을 보거나 1.5~2개의 좌석을 차지하는 남자들을 일명 ‘쩍벌남’이라고 하는데, 이는 우리나라 만의 골치는 아닌가 보다. 얼마 전 미국 뉴욕 교통당국에서도 지하철 쩍벌남 퇴치를 위한 캠페인을 펼쳤기 때문이다. 특히 여성이 옆 좌석이나 맞은편 좌석에 앉았을 경우 자칫 성희롱과 연관될 수 있어 각별히 주의가 요구된다. 서로의 신체 부위가 직접 닿을 수 있는 여름에는 특히 더 다리를 벌리지 말아야 한다. 잘못하면 다리 벌리고 잤을 뿐인데, 타고 오던 지하철에서 쫓겨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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