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문화

단지 글씨만 썼더니 스트레스 낮아지고 머리가 똑똑해진다?

데일리매거진 2025. 6. 9. 18:00

 

현대인들은 마음을 진정시키고 평온함을 얻을 수 있는 힐링법에 항상 관심을 가지기 마련이다. 시대에 따라 유행하는 다양한 힐링의 방법들이 있는데, 최근에는 ‘라이팅힙’이 주목을 받고 있다. 과거 유행했던 다꾸(다이어리 꾸미기)의 연장선상에 위치한 방법이라고도 볼 수 있는 라이팅힙의 트렌드는 젊은 세대에서 시작해 다양한 연령층으로 번지는 상황이다. 지금부터는 라이팅힙에 대해 알려진 것들을 모아서 소개하고자 한다.

 


새로운 트렌드, 라이팅힙 

 

 

라이팅힙은 쓰기(라이팅)과 힙하다는 말의 합성어다. 말 그대로 손글씨를 힙한 문화로 즐기는 현상을 이야기한다. 먼저 유행을 탔던 다꾸, 독서를 멋지게 여기는 ‘텍스트힙’ 열풍에 이은 흐름으로 볼 수 있다. 젊은 세대에서 시작된 라이팅힙은 디지털 디톡스를 위해 자극적인 숏폼이나 동영상 콘텐츠 시청을 줄이고, 손글씨로 일상을 기록하는 형태의 문화로 번지고 있다. SNS를 통해 자신만의 글쓰기 경험을 공유하는 이들도 늘어나고 있다.

 

 


 

주목을 받는 ‘필사’ 문화

 

 

라이팅힙 트렌드로 인해 문구용품(필기구, 노트, 수첩 등)과 함께 필사 관련 제품이 주된 진열장을 차지하고 있는 풍경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필사는 책을 손으로 직접 베껴 쓰는 일을 말한다. 서점에서 인기를 끄는 필사 관련 책은 다양한 책 큐레이션 사이에 필사하기 좋은 구절과 필사할 수 있는 페이지로 구성돼 있다. 필사 책을 찾는 소비자는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이후에 급증한 것으로 전해진다.

 


 

스트레스 반응 완화 

 

 

필사는 실제로 스트레스를 줄이는 데에 도움이 될 수 있는 힐링법이다. 필사 활동은 집중을 필요로 하고 반복적인 움직임을 취하게 되기에, 뇌의 스트레스 반응을 완화시킬 수 있다. 글을 쓴다는 행위 자체가 정신 건강에 도움이 되기도 한다. 포르투갈 호트로 간호대의 한 연구팀은 학부 학생들에게 정기적으로 시를 적도록 했더니 창의성과 성찰력이 높아지고 스트레스를 효과적으로 다루게 됐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정서적 안정 

 

 

필사를 통해 정서적인 안정을 꾀할 수도 있다. 빠르게 컴퓨터 키보드를 두드리거나 스마트폰을 터치하는 것과는 달리, 손으로 한 글자씩 글을 따라서 쓰다 보면 쓴다는 행위 자체에 몰입하게 된다. 온전히 글에만 집중할 수 있어 마음이 편안해 질 수 있다. 단순하고 반복적인 손글씨를 쓰면서 심신의 안정을 얻게 되며, 쓰게 되는 문구에 보다 집중해서 정서적으로 좋은 결과를 얻게 되는 것이다.

 


 

뇌 발달에 효과적

 

 

키보드를 두드리는 것보다 손으로 직접 글씨를 쓰는 것이 두뇌 발달에도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손으로 글씨를 쓰는 행위는 대뇌를 자극해 인지 능력과 기억력을 높일 수 있다. 캐나다 오타와대 재활치료학과 카차 페더 교수에 따르면, 암기하는 것에 비해 노트 필기를 할 때에 공부한 것을 더 쉽게 떠올릴 수 있다. 뇌의 순환이 손으로 직접 글을 쓸 때 활성화하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어휘력을 높일 수 있어

 

 

기성세대 사이에서는 젊은 세대의 어휘력이 종종 문제로 지적된다. 실제로 젊은 세대의 어휘력이 떨어진다 단정하기는 힘들지만, 지금이 과거에 비해서 많은 이들이 보는 공간에 글을 남길 일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그 결과 스스로 낮은 어휘력과 문해력을 가지고 있음을 문제시하는 이들도 많다. 이런 경우에는 다양한 어휘를 담은 책을 따라서 쓰는 것으로 어느 정도 개선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맞춤법 공부에도 도움이 돼

 

 

특히 아이들에게는 필사가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다. 받아쓰기를 하는 나이의 아이라면, 그리고 받아쓰기를 자주 틀리는 아이라면 필사가 특히 권장할 만하다. 일부러 맞춤법 공부를 하는 것은 학습이 더딜 수 있지만, 필사를 통해 글을 옮겨 쓰면 자연스럽게 맞춤법을 익힐 수 있다. 정확한 문장과 단어들을 계속 접하는 것으로, 틀린 단어나 문장을 봤을 때 보다 쉽게 어색한 지점을 인지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문장력을 높이고 독해력을 증진

 

 

필사를 통해 다양한 문체와 표현 방식에 노출되게 되면 자연스럽게 문장력도 향상된다. 능숙한 작가들의 문장을 자연스럽게 분석하게 되며, 어휘를 선택하는 법도 체득하게 된다. 이는 고스란히 자신의 글쓰기에 반영돼 더욱 풍부하고 매력적인 문장을 만들 수 있다. 글의 내용을 이해하고 분석하는 과정에서 독해력도 증진되게 된다. 글의 핵심적인 내용을 파악하기 쉬워지고, 문맥 속에서 단어의 의미를 정확히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글쓰기 습관을 형성함에 따라

 

 

필사는 단순히 모방하는 행위를 넘어, 자신만의 글을 쓰는 스타일을 찾아가는 과정이 될 수 있다. 훌륭한 작가들의 문체를 익히면서 자신의 글쓰기 스타일을 발전시킬 수 있고, 곧 독창적인 글쓰기로 이어질 수 있다. 처음에는 서투르더라도 꾸준히 연습하면 글쓰기 실력은 향상되기 마련이며, 자신감 있는 글쓰기 습관의 체득으로 긍정적인 글쓰기 자세를 갖출 수 있다. 규칙적인 글쓰기 습관을 기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기억력 향상

 

 

필사는 기억력을 향상시키는 데에도 도움이 되는 행위다. 필사 과정에서 정보를 시각적으로 보고, 글을 쓰면서 촉각으로 이를 느낄 수 있다. 이 모든 행위가 다시 정신적으로 처리되는 경험은 기억에 깊이 각인되게 된다. 중요한 내용은 일부러라도 필사를 하면 자연스럽게 그 내용을 더 오래 기억할 수 있다. 지금과 같은 디지털 사회에서, 일부러라도 필사와 같은 아날로그 작업을 해 보는 것은 삶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